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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시작

MLS는 어떻게 미국 시장을 공략했나 (출처 : 골닷컴)

by 디트로이 2014.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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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LS의 열기 (By Steave Han)


미국 프로축구 MLS, 경기당 2만 관중 돌파 눈앞…내년부터 연간 중계권료 997억원

[골닷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만성 기자 = 불과 3년 전 터진 승부조작 사건에 이어 최근에는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판정 논란 제기, 그리고 몇몇 시민구단의 해체설까지. K리그는 1983년 출범 후 수많은 위기설을 극복해왔지만, 이쯤 되면 위기 중의 위기다. 그 사이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미국에서는 K리그보다 13년이나 늦게 출범한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가 대조적으로 내실을 탄탄히 다지며 급성장했다. LA 갤럭시와 뉴잉글랜드 레볼류션이 만난 2014년 MLS 결승전 현장에서 야구와 미식축구의 나라로 알려진 미국에 어떻게 프로축구 시장이 개척됐는지를 살펴봤다.

일단 프로스포츠라는 콘텐츠의 흥행 여부를 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관중수와 TV 중계 현황을 조사해봤다.

올해 19팀으로 구성된 MLS의 리그 전체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9,151명. 이는 MLS가 지난 1996년 출범한 후 가장 높은 평균 관중수다. 리그 최고 인기 구단인 시애틀 사운더스는 홈 경기당 43,734명이 경기장을 찾아 유럽 명문 첼시, AC 밀란보다 많은 관중수를 기록했다. 치바스USA가 홈 경기당 7,063명으로 올 시즌 MLS 최저 관중수를 기록했는데, K리그에서는 1~4위로 올 시즌을 마친 전북, 수원, FC 서울, 그리고 포항만이 이보다 많은 경기당 평균 관중을 불러들였다. 올해를 끝으로 구단이 해체된 치바스를 제외하면 전 구단이 경기당 최소 약 1만 5천명을 불러 모은 만큼 다음 시즌 MLS는 사상 최초로 경기당 2만 관중 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

MLS는 미식축구 NFL, 야구 MLB, 농구 NBA보다 팬층이 현저히 부족한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도 중계권료를 두둑이 챙기며 몸집을 키울 초석을 다졌다. MLS는 2007년 스포츠 전문 방송 ‘ESPN’과 8년 계약을 맺으며 800만 달러를 챙겼고, 방송국과 합의 하에 타 종목 중계와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한 경기씩을 중계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같은 해 MLS와 미국축구협회의 마케팅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홍보업체 사커유나이티드마케팅(SUM)은 지상파 방송 ‘유니비전’과 8년간 미국대표팀 경기 중계권을 주는 조건에 계약 기간에는 매년 MLS 또한 25경기씩 중계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포함하며 무려 8,000만 달러를 챙겼고, 총액 일부를 MLS에 분배했다.

아직 MLS의 매 경기 시청률은 1% 안팎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ESPN-유니비전과의 계약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기존 ESPN-유니비전 라인에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미국 내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따낸 ‘FOX스포츠’까지 가세해 ‘자국 축구 홍보’에 나선다. ESPN-유니비전-FOX스포츠와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 8년짜리 ‘패키지 딜’을 성사시킨 MLS는 계약 기간에 매년 중계권료로 무려 총 9,000만 달러(한화 약 997억 원)를 쓸어담게 돼 그야말로 ‘대박’을 누리게 됐다.

또한, ‘ESPN’은 내년부터 기존 매주 목요일 중계가 아닌 일요일 오후 5시 중계를 선언했고, ‘FOX스포츠’는 일요일 오후 7시 중계를 약속했다. 즉, 미국 축구 팬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 안방에 앉아 TV로 자국리그 두 경기를 연속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NFL, MLB, NBA 등에 밀린 MLS는 내년부터 올해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노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플레이오프 제도가 주는 긴장감이 ‘축구붐’ 고조

MLS는 출범 후 지금까지 플레이오프 제도를 고집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제도 안에서 원정 다득점 원칙, 결승전 개최지 선정 과정 등에 변화를 준 적은 있지만, 이 제도 자체는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있다. 미국은 대중이 축구보다 역사가 깊은 타 프로스포츠가 플레이오프로 우승팀을 가리는 데 워낙 익숙해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MLS는 언론이 스포츠 경기를 흥행 콘텐츠로 승화시킬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텔링’은 경기가 플레이오프라는 단판 승부, 혹은 1,2차전 단기전으로 진행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신중히 고려했다.

플레이오프 제도가 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은 MLS의 올 시즌이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 중심에 미국 축구의 ‘아이콘’ 랜던 도노번이 있었기 때문이다. LA 갤럭시 공격수 도노번은 지난 8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갤럭시는 승승장구하며 플레이오프를 거쳐 MLS 결승전에 진출했고, 지난 8일(한국시각) 결승전에서 뉴잉글랜드를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당연히 결승전을 단독 생중계한 ‘ESPN’은 경기 전부터 올해 자국 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단판 승부가 자국 최고의 축구스타 도노번의 마지막 경기라는 관전 포인트를 최대한 살려 결승전 홍보에 나섰다. 그리고 중계 화면은 결승전에서 갤럭시가 연장전 끝에 극적인 2-1 승리를 거두자 종료 휘슬이 울린 후 두 팔을 번쩍 들고 눈물을 흘리는 도노번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며 미국 축구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극적인 승부를 펼친 선수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유도한 리그 연맹의 플레이오프 제도, 그리고 이를 ‘스토리’로 담아낸 언론의 역할이 함께 만들어낸, MLS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미국에도 유럽 축구에 열광하는 축구 팬은 수없이 많다. 즉, 플레이오프는 축구라는 종목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MLS도 유럽 중심적인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결국 단일 리그와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MLS 측은 단호하다. 돈 가버 MLS 커미셔너는 결승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플레이오프 폐지와 승강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올해 플레이오프 경기만 봐도 이러한 제도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재밌는 경기를 보고 있다. 플레이오프 제도를 유지하겠다”며 축구라는 종목의 전통보다는 흥행을 위해 대중에 익숙한 경기 방식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가 흥행하려면 무엇보다 경기가 재밌어야 한다는 게 MLS 커미셔너의 지론이다.

또한, 미국 축구가 승강제를 거부한다고 해서 저변 확대에 실패했다고 보는 건 무리다. 이미 미국 축구의 피라미드에는 꼭짓점을 찍고 있는 MLS 밑에 2부 리그 NASL(11팀), 3부 리그 USL(24팀), 각 지역 리그로 나뉘는 4부 리그(통틀어 200팀 이상), 그리고 그 밑에 5부 리그가 뿌리를 두고 있다. MLS의 시애틀 사운더스와 포틀랜드 팀버스는 2부 리그에서 수년간 충분히 내실을 다지고 프로구단으로 출범했다. 지난 10월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대표팀 감독이 에콰도르와 온두라스를 상대한 원정 2연전을 앞두고 2부 리그 NASL에 속한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미겔 이바라를 발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합류, 즉 미국 최고의 선수가 되는 건 MLS나 유럽에서 활약해야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 이바라가 증명했다”며 선입견과는 달리 탄탄한 미국 축구의 저변을 입증함과 동시에 하부 리그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져도 구단의 재정 안정화가 우선

MLS는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각 구단의 선수단 인건비를 한도액에 맞게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MLS의 샐러리캡이 허용하는 각 구단당 선수단 인건비 한도액은 단 310만 달러, 즉 한화로는 약 34억 원이다(그럼에도 몇몇 MLS 구단이 베컴 등 고액 연봉자를 영입할 수 있었던 방법은 밑에 ‘DP룰’에 대한 소개로 설명하겠다). 전북의 이동국이 K리그 클래식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높은 연봉인 약 11억 원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30명 이내로 선수단을 꾸려야 하는 MLS 구단의 샐러리캡 총액은 절대 높은 편이 아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관중수와 경기장 입장권료가 급증하고, 중계권료가 천문학적인 액수로 치솟으며 MLS의 재정 상태는 탄탄해졌다. 그럼에도 MLS가 선수단 인건비 한도액을 낮게 유지하며 샐러리캡 제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무리 지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게 스포츠의 목적이라도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특유의 ‘비지니스 마인드’가 프로스포츠에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비교적 프로스포츠구단의 연고 이전이나 팀 해체, 혹은 재창단 등 팬들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사건이 잦은 데도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큰 잡음이 없는 이유도 프로스포츠는 일단 돈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대중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다만 재정 건전성 보장을 위해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MLS의 샐러리캡 제도 안에는 선수가 부당한 계약이나 근로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는 보호 장치도 함께 포함돼있다. 샐러리캡이 허용하는 한 선수의 최고 연봉은 38만 달러이며 최소 연봉은 3만 6천 달러(한화 약 4천만 원)인데, 구단당 최소 연봉자는 단 5명으로 제한되며 25세가 넘은 선수는 제도적으로 최소 연봉보다 높은 액수를 받아야 한다. K리그에서는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신인 선수가 번외 지명으로 밀리면 연봉이 단 2천만 원에 불과하다. MLS를 통틀어 선수의 평균 연봉은 22만 달러(한화 약 2억 4천만 원)로 K리그 클래식의 선수 평균 연봉인 1억 9천만 원보다 높다.

이 외에도 MLS에 소속된 선수들은 선수 노조(MLS Players Union, 이하 MPU)를 형성해 최대한 선수들이 일자리에서 권리를 보장받게 해주는 장치를 마련했다. MLS와 MPU가 맺은 노사단체협약(CBA)은 내년 3월 종료된다. 따라서 조만간 열릴 협상 테이블에서 리그의 경제적 생활력을 최대화하려는 연맹(MLS)과 선수의 권리 보장을 위해 예전보다는 더욱 유연한 샐러리캡 제도를 요구할 선수 노조(MPU) 측은 CBA 협상을 통해 민주적으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MLS의 냉정한 경영 철학은 올 시즌을 끝으로 해체된 구단 치바스USA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MLS는 치바스가 투명하지 못한 구단 운영 방식 탓에 적자 운영, 관중수 급감, 그리고 리그 전체의 이미지 실추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구단을 리그에서 퇴출했다. MLS는 재정난 탓에 리그에 짐이 되는 구단은 유지가 어렵다며 치바스를 퇴출한 후 새로운 투자단을 만들어 오는 2017년 LA에 신생팀을 창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마이애미 퓨전과 탬파베이 퓨전이 MLS에서 퇴출당했다. 이때 프로축구팀을 잃은 마이애미는 올 초부터 창단을 추진 중인 신생팀의 구단주로 데이비드 베컴을 앞세워 리그 연맹 측과 협상 중이지만, MLS는 수익 구조가 명확한 구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창단을 허락할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합리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수준급 외국인 선수 유입

가깝게는 홍명보와 이영표부터 멀게는 데이비드 베컴, 알레산드로 네스타, 그리고 티에리 앙리까지. 이 외에도 현재 로비 킨(LA), 저메인 데포(토론토),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 오바페미 마틴스(시애틀), 마르코 디 바이오(몬트리올)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수많은 별들이 MLS를 수놓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프랑크 람파드, 다비드 비야(이상 뉴욕 시티 FC), 그리고 카카(올랜도 FC)가 MLS로 향한다. 이러한 세계적 스타 유입은 자국 리그에는 별 관심 없이 유럽 축구에만 열광하는 미국의 수많은 축구 팬들도 한 번 정도는 MLS에 관심을 둘 만한 여지를 만들었다.

미국에 ‘축구 팬’이 많은 건 이미 드러난 자명한 사실이다. 월드컵은 물론 UEFA 챔피언스 리그의 높은 시청률이 이미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반 축구 팬이 재밌는 축구 경기를 보려면 집에서 편히 앉아 TV 전원을 켜고 소위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활약하는 유럽 축구를 보면 된다. MLS가 직면해온 가장 큰 문제는 이 많은 ‘축구 팬’ 중 자국 리그에 매력을 느낄 만한 ‘MLS 팬’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MLS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지정 선수 제도(Designated Player Rule, 이하 DP룰)다.

DP룰은 샐리러캡이 만든 MLS 경기의 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다. MLS는 2007년 도입한 DP룰을 통해 각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지켜주는 샐러리캡은 그대로 유지하되, 구단별로 최대 세 명까지 샐러리캡의 한도액에 구애받지 않고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급 선수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MLS가 역사상 최초로 DP룰의 수혜자가 된 베컴을 비롯해 유럽 출신 스타 선수는 물론 자국 스타인 도노번과 클린트 뎀프시를 묶어둘 수 있는 동력도 이러한 융통성 있는 제도가 만들었다. 과거 뉴욕 레드불스, 토론토 FC 등이 DP룰을 통해 박지성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물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유럽 축구스타들이 MLS를 선택하는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미국은 중동, 중국, 혹은 남미와 달리 유럽 선수들에게 문화적 차이가 비교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피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실제로 베컴은 전성기 시절 휴가 때마다 찾은 LA가 가족과 살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네스타는 친정팀 AC 밀란이 매년 여름 프리시즌 캠프를 차린 미국에 매력을 느낀 점이 MLS행을 결심한 이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영표 또한 비슷한 이유로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명문 알힐랄이 제시한 거액의 재계약 조건을 거절하고 MLS행은 택했다.

그렇다고 DP룰이 역효과가 아예 없는 제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시애틀은 지난해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의 공격수로 활약하던 자국 출신 클린트 뎀프시를 DP제도를 통해 영입했는데, 그의 연봉은 무려 800만 달러에 달한다. 토론토 FC 역시 같은 시기에 AS 로마에서 활약하던 미국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 마이클 브래들리를 연봉 650만 달러에 영입했다. 뎀프시와 브래들리의 각자 연봉이 이들이 유럽 무대에서 받은 연봉은 물론 갤럭시가 세계적인 스타 베컴에게 지급한 연봉인 약 500만 달러보다 높은 셈이다. 이처럼 DP룰은 MLS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 유입을 가능케 했지만, 지난해부터 일부 선수들의 몸값이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인플레 현상을 만들며 위험 요소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 축구에는 ‘맞지 않는 옷’ 샐러리캡-드래프트 제도가 MLS의 발목 잡을 수도

MLS의 최종 목표는 간단하면서도 야심 차다. MLS는 운영 구조, 재정 건전성은 물론 경기력에서도 유럽에 밀리지 않는 ‘슈퍼 리그’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급성장을 거듭한 MLS는 분명한 한계 또한 동시에 안고 있다. 일단 리그의 경기력은 여전히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여전하다. MLS는 유럽에서 수준급 선수를 대거 수혈했지만, 대다수는 이미 빅리그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후 은퇴를 준비하는 시점에 미국 무대로 온 선수들이다. 또한, 리그의 기반을 다져야 할 자국 선수들은 대표팀 출신을 포함한 소수를 제외하면 아직 유럽과 경쟁하기에는 선수들의 질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MLS에서 2년간 활약한 후 지난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는 장기적으로는 신인드래프트 폐지와 유망주 육성 시스템 향상 없이는 미국 축구의 발전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영표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구단들이 서로와의 불편한 경쟁을 줄이려고 만든 장치인 드래프트는 절대 좋은 제도가 아니다. 특히 선수들에게 드래프트는 좋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축구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구단이 선수를 육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미국도 변해야만 한다. 변하지 않으면 훌륭한 마케팅도 그저 마케팅에 그칠 뿐이다. 축구 발전으로는 이어질 수 없다. 유럽과 경쟁하려면 구단이 선수를 키워야 한다. 그러나 드래프트가 이를 막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일단은 당분간 쓸 수 있는 선수가 들어오는 게 신인 드래프트 제도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구단 차원에서 선수를 육성하지 않고 기량이 떨어지는 대학 무대 선수로 프로축구의 기반을 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수 육성뿐만이 아니라 샐러리캡 제도를 비롯해 리그 연맹이 재정 건전성을 명분으로 각 구단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현재의 절대적인 권한을 조금은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축구 전문매체 ‘에이 풋볼 리포트’의 잭 골드먼 기자는 “선수들은 물론 언론과 MLS 팬들도 리그가 더 발전하려면 각 구단이 지출 스케일을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연맹 차원에서 각 구단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그동안 유지해온 엄격한 재정 구조는 MLS가 지금껏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구단별로 쓸 수 있는 돈의 스케일을 키워야 구단은 물론 선수들의 수준도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골드먼 기자는 “다만 미국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경제적인 요소, 즉 재정 건전성과 스폰서 확보 등이 선수 육성이나 경기력 향상 여부보다 중시되는 풍토가 변할 일은 없다.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 철학은 미국 프로스포츠의 기초적인 신념”이라며 MLS가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 여전히 편견과 싸우는 MLS, 내부에도 불신 세력이 있다

아직 MLS는 유럽과 견줄 만한 리그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국내와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가능성 있는 유망주는 하루가 멀게 유럽으로 나간다. 미국이 목표대로 유럽과 경쟁하려면, MLS가 유럽 무대 진출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세계 수준과 다를 게 없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반대로 MLS는 유럽에서 30줄에 들어선 선수보다는 전성기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일단 미국 축구를 한 단계 성장시켜줄 재목으로 평가받은 유럽 출신의 미국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부터 MLS에 별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축구계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이 MLS가 낳은 최고의 스타인 랜던 도노번을 브라질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은 데에 대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대표팀의 체질개선을 선언한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 무대로 나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부딪히기보다는 자신이 언제나 최고일 수 있는 자국 리그를 택한 도노번이 대표팀의 중심이 되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해 논란을 무릅쓰고 그를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제외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예전부터 수차례 MLS를 향해 무시 발언을 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그는 미국대표팀의 중심인 클린트 뎀프시와 마이클 브래들리가 지난해 각각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떠나 MLS로 복귀한 데에 대해 지난 11월 “유럽에 진출한 선수가 MLS로 복귀하면, 예전 기량을 유지하는 건 매우 어렵다. 현실이 그렇다. 나는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충고해주고 싶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1년 미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그는 현재 대표팀 감독과 미국축구협회 기술위원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MLS에서 선수를 발굴하기보다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부모의 조국이라는 점 외에는 미국과 별 인연이 없는 미국계 독일인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활용해왔는데,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클린스만이 미국축구를 무시한다”는 의심의 눈총과 “MLS의 수준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비관론으로 크게 나뉘고 있다. 그 와중에 최근 현지 언론에서는 미국축구협회와 오는 2018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은 클린스만 감독이 MLS에 속한 구단의 유소년 팀에서 가능성을 보인 유망주들을 직접 찾아가 유럽행을 권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논란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에 MLS 측은 더는 미국 축구를 무시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돈 가버 MLS 커미셔너는 “미국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이 MLS에 진출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건 미국 축구의 발전을 막는 심각한 문제”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무려 연봉 800만 달러에 뎀프시를 토트넘으로부터 영입한 조 로스 시애틀 사운더스 구단주는 “클린스만은 스스로 미국 축구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미국대표팀 감독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꾸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면 미국 축구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나 같은 투자자들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협박성 경고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건 MLS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처럼 소수의 자국 스타와 유럽에서 온 30대 스타들이 이끄는 ‘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지난 21년간 무궁무진한 속도로 발전해 만든 이 무대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리그로 성장할 것인지는 앞으로 MLS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2014. 12. 12. 오전 12:09:00 steave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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