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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시작

프로선수는 '을' … 구단 앞에선 입도 뻥끗 못해

by 디트로이 201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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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본 야구선수 인권 연봉 협상은 없고 일방통보 법률지식 없는 선수들 피해 “에이전트 도입해 보호해야”

 

선수들의 실력이나 팬들의 인기 면에서 국내 정상급인 프로야구 L구단. 이 구단은 올해 초 전체 선수단 연봉 계약 때 자신들이 최초에 제시한 액수를 모두 관철시켰다. 협상의 여지란 없었다. 한 선수가 “합리적인 연봉을 책정해 달라”며 자료를 준비해 제시했지만 L구단은 “선수공헌도를 평가하는 500여 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책정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랐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느냐는 물음엔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선수는 구단의 제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한다. 한 야구 전문가는 “구단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연봉협상’이 아니라 ‘연봉통보’가 이뤄지는 게 국내 프로야구계의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프로야구가 지난 1일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수 관련 규정은 후진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요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6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스포츠 선수 인권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다양한 실태와 법률적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존재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적 요인들을 법률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먼저 ‘에이전트(대리인)’를 두지 못하게 하는 프로야구 규약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 초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 선수는 ‘스콧 보라스’라는 에이전트가 구단과 치열한 협상을 거친 덕분에 6년간 36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에이전트를 통해 구단과 계약하는 게 원천봉쇄돼 있다. 프로야구 규약 30조에 ‘구단과 선수가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대면해 계약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다. 해당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2001년 변호사에 한해 대리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구단과 협의해 시행 시기를 정한다’는 부칙에 따라 10년이 넘도록 시행이 보류되고 있다.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적 지식과 자료, 정보가 없어 구단에 비해 을(乙)이 될 수밖에 없는 선수 보호를 위해서는 에이전트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구단 측에서는 연봉이 치솟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에이전트의 횡포를 막을 장치를 마련하면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들의 등용문인 ‘지명권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구단이 지명한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길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신지혜(35·여) 변호사는 “미국과 일본은 1년만 지명권을 인정한다”며 “국내에선 지명권 행사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구조라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행되는 트레이드도 도마에 올랐다. 박동희 야구해설가는 “기아와 SK가 오늘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선수들은 저보다 이적 사실을 더 늦게 알았을 것”이라며 “이적에 대해 당사자에게 귀띔조차 안 해주는 게 한국 프로야구의 관행”이라고 질타했다.

박민제 기자

◆스포츠 에이전트(sports agent)=스포츠 선수를 대신해 연봉 협상이나 신규 입단,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 등의 업무를 대행해 주는 전문가. 최근에는 선수의 훈련 프로그램을 짜주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포괄적인 매니지먼트로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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